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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서 '노동' 우뭇가사리의 '미학'…MMCA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랩삐' 51:1 뚫고 서울관서 전시
MMCA "차세대 창작자들의 힘 확인"…2024년 4월7일까지, 유료 관람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3-11-04 06:25 송고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전시 전경. 2023.11.2/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전시 전경. 2023.11.2/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랩삐', 톡톡 튀는 그룹명을 가진 미술 콜렉티브 두 팀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진출했다. 톡톡 튀는 이름과 달리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들의 깊은 고민이 전시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51대 1(102팀 지원)의 경쟁률을 뚫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다학제간 협업을 지원하는 공모로 올해 4회를 맞이한 '프로젝트 해시태그'의 주인공이 바로 이들이다.
두 팀은 창작지원금 3000만원과 창동레지던시 작업실을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2024년 4월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선보인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Rice Brewing Sisters Club, 손혜민·유소윤)은 비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동체 사이의 협업에 기반한 예술적 실천을 '사회적 발효'라는 개념으로 확장하는 예술 콜렉티브이다.

바다에서 자생하는 해조류와 이를 둘러싼 섭생과 산업을 중심으로 바다를 연구해 왔는데, 특히 2020년부터는 부산 바다에 집중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우뭇가사리를 재료로 한 우무피막을 개발해 이로 이뤄진 숲 공간인 '공생체은하수'(Holobiont Galaxy)를 선보인다.

바다의 약 70%를 이루는 존재는 미세조류와 바이오 필름, 해양 미생물 등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동식물과 인간이 소비한 자원을 분해하고 재생산하며 거대한 물질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다.

두 사람은 "우리는 이렇게 미생물과 긴밀히 상호작용하며,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생산과 소비, 분해 사이의 벽을 허물며 '개인'이 아닌 '공생체'가 되어가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공생체은하수'는 해초 밀생지이자 지속가능한 재료의 생산시설이며 퇴비간이다. 두 사람은 서울과 부산에 거점 공간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특히 부산에서는 우뭇가사리의 싹을 틔우고 이를 재료로 한 '우무피막'과 '우무덩이'를 직접 생산,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대체재의 가능성을 고민했다.

그리고 전시실에서 우무덩이를 소비하고, 먹고 남은 것을 분해하는 법을 익히고, 우무피막이 이루는 숲을 다양한 배경의 협업자와 함께 여행하려 한다. 두 사람은 이를 통해 공생에 관한 배움을 나누며 지역과 공간과 개인의 경계를 허무는 순환 체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랩삐의 프로젝트에서 게임하는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랩삐의 프로젝트에서 게임하는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랩삐(lab B, 강민정·안가영·최혜련. 협업: 제닌기)는 현재 기술 문화로부터 촉발되는 여러 사회적 이슈를 연구하고 동시대 시각예술의 역할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는 시각예술 콜렉티브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휴식과 노동이라는 인간 행위가 자동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작동되는 방식을 관찰해 '강냉이 털어 국현감'(From Tilling the Fields to Hitting the MMCA)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의 한 미술관 앞 광장에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서 있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금융 플랫폼이 근처에 있는 해당 플랫폼 사용자들이 함께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터치 한 번당 돈을 주는 행사를 기획했고, 많은 사람은 점심시간에 몰려나와 커피값 정도를 벌 수 있는 이 행사에 기꺼이 동참했다.

이들은 이것을 인간의 휴가 시간을 비물질 노동으로, 그 노동을 데이터로 흡수시키는 보이지 않는 자동화 사회의 시스템으로 치환한다. 이 지점에서 관찰되는 노동의 양상 중 하나인 '놀이노동'(playbor)은 놀이로 가장된 노동의 형태로 둔갑한다. 결국 이들은 놀이노동을 자동화 사회가 일으키고 있는 인간 소외를 표상하는 현상의 하나로 파악하고자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QR코드로 게임을 내려받아 미션을 완수하면 이들이 직접 농사한 옥수수로 만든 강냉이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쉬거나 영감을 받는 등 노동이라는 인식과 거리가 먼 미술관에서 '노동'을 하고 '보상'의 기쁨을 얻는 프로세스가 이들의 프로젝트인 것이다.

두 팀의 프로젝트 전시 기간 내 작품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다양한 강연과 토론, 퍼포먼스, 워크숍 등이 진행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현재 차세대 창작자들이 바라보고 있는 시대적 이슈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태도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미술분야를 너머 다학제간 협업을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분야의 확장성과 혁신성을 일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 관람.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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